히잡을 쓰지 않고 지하철에 탑승했다가 이란에서 '도덕경찰'로 불리는 지도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와 실랑이를 벌인 뒤 의식을 잃었다는 이란 10대 소녀가 결국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화도 종교도 달라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지만 아픔이 전해지는 일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글을 작성해봅니다.
현지시간 2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사(brain dead)’임이 확실해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전했습니다.
가라완드라는 분은 이달 1일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서 지하철을 탑승했다가 혼수 상태에 빠진 뒤 지금껏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이렇게 가라완드가 혼수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쿠르드족 인권 단체 헨가우는 히잡 착용 의무를 어긴 가라완드를 지도순찰대 소속 여성 대원들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가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가라완드는 2명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열차에 탔다가 곧 의식이 없는 상태로 들려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란 당국은 가라오나드가 폭행당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쓰러지다가 금속 구조물 등에 머리를 부딪혔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진상을 밝힐 핵심 증거인 지하철 내부 CCTV 영상은 공개하지 않아 당국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지 히잡 하나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 사람이 이렇게 생사를 왔다갔다 할 정도로 폭력을 가하고 단속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히잡은 무슬림 여성이 목과 머리를 가리기 위해 착용하는 숄입니다. 종교적 신념이나 문화적 전통, 스타일의 선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착용하고 있습니다.
히잡은 이슬람의 일부인 샤리아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데, 이 샤리아는 무슬림의 삶의 모든 측면을 지배하는 법률과 규범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존경과 순결의 표시, 정체성의 상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히잡을 착용하며 종교적 신념의 표시로서도 착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히잡은 여성이 정적 대상화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당시 스물두살이던 쿠르드계 이란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와 닮은 꼴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순찰대에 체포된 아미니는 조사 중 쓰러진 뒤 사흘 만에 숨졌습니다. 유족은 그의 시신에 구타 흔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솔직히 히잡이 이슬람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체감이 되지 않아서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의류의 하나로 느껴지는 히잡을 걸치지 않았다고 해서 이렇게 사람이 죽음을 향해 갈때까지 폭력을 휘두르고 단속을 해야하는 일인가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범죄를 저질러도 몇년 형을 살다가 사회로 돌아와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 이 세상에서 단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이런 상황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발생한 아미니 사건 이후로 이란 당국은 사회 통제의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습니다. IRNA 통신에 따르면, 최근 이란 혁명법원이 아미니의 의문사를 보도한 기자인 닐루파르 하메디와 엘라헤 모하마디 등 여성 언론인 2명에게 각각 13년과 12년 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에게는 미국 정부와 협력한 죄로 각각 7년과 6년형이 내려진 데 더해 국가안보에 반하는 행동을 한 죄로 5년, 반체제 선전으로 1년의 형기가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단지 기사를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실형을 받은 이 일을 보면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기사를 쓰는 일인데 이것 조차 마음대로 글을 적지도 못하면 기자는 왜 있는 것이며, 이란이라는 나라는 얼마나 살아가기 힘든 세상일지 어려움이 느껴집니다.
이란 당국은 이른바 히잡 시위와 관련해 하메디와 모하마디 외에도 100명 가까운 언론인을 체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라완드의 뇌사 판정을 계기로 이란 당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건들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져서 이런 부당한 일들을 겪고도 거센 세력들에 의해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적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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